13호 · 2026.10.18
400만 원이 193만 원
같은 코스피 하락에서 누구는 버티고 누구는 강제로 팔리는 이유, 그리고 내 계좌를 세 칸으로 나눠 점검하는 법에 대해.
10월 2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으로 빠졌습니다. 그 사이 낙폭이 20.7%였습니다. 저도 코스피와 코스피 커버드콜 ETF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20.7%가 어떤 계좌에서는 원금 반토막이 됩니다. 내 돈 400만 원에 600만 원을 빌려 주식을 샀다면, 원금은 51.75% 줄어듭니다. 그리고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 수 있는 선 아래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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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나
Q.얼마나 빠졌나요?
코스피는 10월 2일 7000선에서 10월 15일 5500선까지 내려왔습니다. 15일 하루에만 7.57% 빠졌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얼마 전 레터에서 저는 시장을 떠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다만 그 말에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남아 있을 수 있는 돈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빚을 60% 낀 계좌의 계산
Q.같은 20.7%인데 왜 원금이 반토막이 되나요?
증권사 신용거래 설명서에 나오는 예시 구조를 빌려 계산해 보겠습니다. 내 돈 400만 원에 증권사에서 600만 원을 빌려, 천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 구분 | 빚 60% 계좌 | 현금 계좌 |
|---|---|---|
| 주식 평가액 | 천만 원 → 793만 원 | 천만 원 → 793만 원 |
| 빌린 돈 | 600만 원 그대로 | 없음 |
| 남은 내 돈 | 193만 원 | 793만 원 |
| 원금 손실 | -51.75% | -20.7% |
시장은 똑같이 움직였는데, 빚을 60% 쓴 계좌는 손실이 두 배 반으로 커집니다.
Q.손실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요?
증권사는 빌려준 돈보다 넉넉하게 주식을 담보로 잡아둡니다. 설명서 예시 기준으로는 빌려준 돈의 140%입니다. 600만 원을 빌렸다면 주식이 84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식은 793만 원이 됐습니다. 840만 원에서 47만 원이 모자랍니다. 이 순간부터 이 계좌는 담보를 더 넣으라는 요구를 받고, 못 채우면 강제로 팔리는 대상이 됩니다. 이 계좌는 시장이 16%만 빠져도 그 선이 깨집니다. 이번에는 10월 15일 마감에서 그 선을 넘었습니다.
Q.모자란 돈을 채워 넣고 반등을 기다리면 되지 않나요?
보통은 증권사도 바로 팔지 않고, 먼저 담보를 더 넣으라고 요구합니다. 다만 시간이 짧습니다. 통지를 받고 하루 안에 채우지 못하면, 그다음 날 아침 주식이 팔립니다.
반등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10월 16일 코스피는 2.05%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계좌의 담보 비율은 134.9%로 여전히 140% 아래입니다. 다시 140%를 넘기려면 지수가 5883선은 회복해야 합니다. 반등을 기다리는 동안, 처분이 먼저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팔리는 양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증권사는 전날 종가에서 일정 비율을 깎은 가격으로 팔 수량을 계산합니다. 설명서 예시에서는 모자란 30만 원을 채우려고 137만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들어온 분쟁 사례에서는 모자란 돈이 201만 원이었는데 팔린 주식은 3천90만 원어치였습니다. 금감원은 약관대로라며 정상 거래로 판단했습니다.
같은 설명서에는 1만 원짜리 주식이 5300원에 전부 팔리는 예시도 있습니다. 판 돈 530만 원으로는 빌린 600만 원도 다 못 갚아서 70만 원을 더 넣어야 하고, 총손실은 470만 원으로 처음 넣은 원금 400만 원보다 큽니다. 빚으로 산 주식은 원금보다 더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서 팔린 주식은, 나중에 시장이 돌아와도 내 계좌에 없습니다.
다만, 이건 짚어두겠습니다
Q.이 계산은 그대로 믿어도 되나요?
이 계산은 산 주식이 지수와 똑같이 움직였다고 가정했고, 이자와 수수료는 뺐습니다. 담보 기준도 증권사와 종목에 따라 140%에서 160%까지 다릅니다. 실제 내 계좌는 증권사 안내로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규모도 정확히 셀 수 없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로, 결제대금을 못 내 강제로 팔린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10월 14일 하루에만 893억 원이었습니다. 10월 8일 63억 원에서 엿새 만에 열네 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신용으로 빌린 돈의 반대매매가 빠져 있습니다. 매일 집계되는 공식 통계가 없어서, 실제로 강제로 팔린 주식은 이보다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 빚의 상당 부분이 은퇴 세대에 있습니다. 주요 10개 증권사 기준으로 올해 6월 말, 60세 이상이 쓰고 있는 신용융자는 약 9조 6천억 원으로 전체의 30.4%입니다. 2024년 말에는 25.2%였습니다.
저는 -79%에도 왜 팔리지 않았나
Q.TQQQ는 더 크게 빠지지 않았나요?
2022년 TQQQ는 한 해 동안 79% 빠졌습니다. 나스닥100을 하루 3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니, 처음 살 때 레버리지 배율로만 보면 방금 본 신용 계좌보다 더 셉니다. 그때 저는 한 주도 팔지 않았습니다.
저는 강제로 팔릴 일이 없었습니다. TQQQ는 상품 안에서 레버리지를 쓰는 구조라, 제가 증권사에 빚을 진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돈은 당장 꺼낼 돈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생활비는 월급으로 충당했습니다. 갚아야 할 빚도 없었습니다. TQQQ에 넣은 돈은 말 그대로 여유자금이었습니다.
수익률을 비교하려는 게 아닙니다. 79%와 20.7%는 서로 다른 자산, 다른 시기의 숫자입니다. 제가 비교하는 건 강제로 팔리는 조건입니다. 79%가 빠져도 팔 이유가 없는 돈이 있고, 20.7%만 빠져도 팔리는 돈이 있습니다. 갈림길은 종목이 아니라, 그 돈을 꺼내야 하는 날짜가 있느냐였습니다.
Q.은퇴해서 월급이 없으면 어떻게 버티나요?
맞습니다. 은퇴하면 월급이라는 완충 장치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회사를 나온 뒤로 저는 2년치 생활비를 CMA에 따로 두고 있습니다. 월급이 하던 역할을 그 돈이 대신하는 셈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코스피와 코스피 커버드콜도 같은 원칙 위에 있습니다. 비중은 미국 지수보다 작고, 생활비는 시장 밖에 따로 있습니다. 20.7%가 빠져도 생활비 때문에 이 주식을 팔아야 할 날짜는 없습니다.
정리
Q.내 계좌는 어떻게 점검하면 될까요?
오늘 저녁 5분 — 투자한 돈을 세 칸으로
- 첫째 칸, 빚. 신용융자와 미수는 물론이고, 주식담보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에서 꺼낸 돈까지 여기에 넣습니다. 이 칸에 돈이 있다면 시장이 몇 % 빠질 때 선이 깨지는지 숫자 하나는 알아두셔야 합니다. 빌린 비율이 60%면 16%, 절반이면 30%만 빠져도 140% 선이 깨집니다.
- 둘째 칸, 곧 쓸 돈. 자녀 결혼 자금, 전세 보증금, 은퇴 후 생활비처럼 꺼낼 날짜가 정해진 돈입니다. 빚은 아니지만, 이 돈도 하락장에서 스스로 팔게 만듭니다. 저는 이 기간을 2년으로 잡았습니다.
- 셋째 칸, 여유자금. 꺼낼 날짜가 없는 돈입니다. 시장을 떠나지 말라는 말은, 이 칸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저라면 하락장에서 무엇을 살지 고르기 전에, 첫째 칸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둘째 칸은 시장 밖에 두고, 셋째 칸으로만 시장에 남겠습니다. 버티는 건 의지가 아니라, 꺼낼 날짜가 없는 돈이 하는 일입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천만 원짜리 막대가 793만 원으로 줄어들며 내 돈 구간만 붉게 쪼그라드는 장면, 담보선 점선 아래로 47만 원 간극이 벌어지는 장면, 반등한 날에도 134.9%에서 멈춰 선 게이지가 화면으로 이어집니다. “모자란 돈을 채워 넣으면 되지”, “은퇴했는데 월급도 없이 어떻게 버텨”라는 반박에 답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9분 54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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