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9호] “팔지 않습니다” — AI 주식 과열 신호를 조사한 뒤 제가 내린 결론

어쩌다 은퇴자 레터
9호 · 2026.10.03

팔지 않습니다

AI 주식이 너무 비싸다는 신호와, 그래도 제가 계속 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들 AI 주식 사도 될지 한 번쯤 고민하시죠. 저도 똑같아서, 이번 기회에 직접 조사해봤습니다.

해외 리서치 회사가 만든 8가지 시장 과열 지표부터 2000년 닷컴버블과의 비교, 반박·낙관론까지 살펴본 뒤, 제가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로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열 신호는 분명히 있지만 그게 언제 꺼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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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경고등

Q.지금 AI 주식, 얼마나 과열됐나요?

2026년 9월, 캐피털이코노믹스라는 해외 리서치 회사가 시장이 얼마나 과열됐는지 보는 8가지 잣대를 만들어서 하나씩 점검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8개 중 5개가 이미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밸류에이션입니다. 회사가 실제로 버는 돈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뜻으로, 월급은 크게 안 올랐는데 몸값만 먼저 확 뛰어버린 상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익 기대치가 너무 장밋빛이라는 것이고, 나머지 세 개는 몇몇 회사로의 자금 쏠림, 새 주식 발행 급증,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이 패턴들은 과거 시장이 꼭짓점을 찍기 직전에도 똑같이 나타났던 패턴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 요지입니다.


그런데, 닷컴버블과는 다릅니다

Q.2000년 닷컴버블과 비교하면 얼마나 다른가요?

5가지 신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쏠림입니다. 미국 대표 회사 500개 중 상위 5개 회사만 합쳐도 지수 전체의 30%를 차지합니다. 반 학생 500명 중 5명이 반 전체 용돈의 30%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상위 10개 회사가 차지하는 지수 비중
시점 비중
2000년 닷컴버블 23~27%
지금 35~41%

그때보다 지금이 더 쏠려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닷컴버블 때 그 회사들은 돈을 거의 못 벌면서 주가만 먼저 올랐습니다. 반면 지금 AI 대형 회사들은 실제로 돈을 벌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주가가 오른 이유를 뜯어보면 78%는 실제 이익이 늘어서였고, 순수하게 기대감만으로 비싸진 부분은 9%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닷컴버블 때는 주가 상승분의 절반 넘는 부분이 그냥 기대감, 거품이었습니다. 같은 쏠림 현상이라도 속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Q.그럼 지금이 꼭지인가요?

1996년,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던 그린스펀 의장이 당시 주식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다고 경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고 이후 주식시장은 오히려 3년 동안 두 배 넘게 더 올랐습니다. 그 경고가 결국 맞는 말이었다고 인정받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 같은 극단적인 과열 신호가 나온 건 역사적으로 딱 세 번뿐입니다. 1929년, 2000년, 그리고 2021년입니다. 세 번밖에 없는 사례로 다음엔 언제 어떻게 될지 콕 집어 예측하는 건 무리입니다. 지금이 비싸다는 신호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언제, 얼마나 떨어질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이 두 문장을 같이 기억해두시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Q.그래서 지금 실제로 뭘 하고 계신가요?

저는 AI 회사만 따로 담는 펀드는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원래도 미국 지수와, 그 지수를 몇 배로 따라가는 상품 비중이 큰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알아보니, 제가 들고 있는 그 지수 자체에 AI 대형 회사들이 이미 30% 가까이 들어 있었습니다. AI 주식을 따로 산 적이 없는데도, 이미 AI에 크게 노출돼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 갖고 있던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되, AI 섹터만 따로 더 얹는 신규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노출돼 있는데 거기에 더 몰아넣을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AI 주식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곧 무너진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저는 오늘도 지수를 팔지 않습니다.


정리

Q.이 글을 지금 보는 분이 오늘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오늘 저녁 5분

  1. 내가 들고 있는 지수 상품의 구성 종목을 한번 확인해봅니다. 따로 AI 주식을 산 적이 없어도, 지수 안에 이미 AI 대형주가 상당 비중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2. 8가지 과열 신호 중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걸 하나 꼽아봅니다. 어떤 지표가 내 판단에 제일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3. “비싸다”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를 같이 기억해둡니다. 둘 중 하나만 붙잡으면 과한 확신이나 과한 공포로 치우치기 쉽습니다.

과열 신호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신호가 있다고 타이밍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원래 하던 대로 갑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경고등 8개 중 5개가 하나씩 켜지는 장면, 학급 500명 비유로 쏠림이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 78%와 9% 도넛이 나란히 서서 닷컴버블과 대비되는 장면, 그리고 저울이 기울었다가 다시 평형을 찾는 장면까지, 화면으로 보시면 이 글보다 훨씬 선명합니다. 7분 37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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