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7호] “0.8” —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은퇴자 레터
7호 · 2026.09.22

0.8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금은 위험을 피하려는 돈이 가는 곳이고, 비트코인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돈이 가는 곳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두 계좌를 나란히 열어봤다가 그래프 모양이 거의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5년 넘게 나란히 들고 있는 이 두 자산이, 최근 들어 마치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두 자산의 상관계수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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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구도

Q.금과 비트코인, 원래 반대 성격 아닌가요?

맞습니다. 전통적으로 금은 위기가 오면 돈이 몰리는 안전자산이고, 비트코인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들이 담는 위험자산이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나스닥 같은 성장주와 비슷하게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 8월과 9월 들어 이 구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측정 기간에 따라 숫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많이 인용되는 30일 기준 상관계수는 0.8까지, 90일 기준으로는 0.5를 넘었습니다. 어느 쪽으로 봐도 2020년 코로나 시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상관계수 변화 (측정 구간별)
대상 변화
비트코인-금 (30일) 0.8
비트코인-금 (90일) 0.5 초과
비트코인-나스닥100 60%대 → 30%대
비트코인-S&P500 0에 가깝게 하락

이 수치를 처음 짚어낸 건 가상자산 상품을 주로 다루는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였습니다. 9월 초 발표한 자체 보고서에서 두 자산의 3개월 상관관계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히는 “사상 최고”가 아니라 “6년 만의 최고”입니다 — 표현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짚어둡니다.


왜 지금 이런 일이

Q.금리 인하 때문 아닌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9월 16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떠올리시겠지만, 이번 흐름을 그렇게 설명하면 사실과 어긋납니다.

진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8월 19일, 베센트 재무장관이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직후 장기금리는 곧바로 떨어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였지만, 시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눌러 통화가치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우려로 읽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라고 부릅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돈이, 화폐로 새로 찍어낼 수 없는 자산으로 옮겨가는 흐름입니다. 화폐는 정부가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더 찍어낼 수 있지만, 금과 비트코인은 정해진 양 밖에 없습니다. 그 점이 새삼 부각되면서 두 자산에 같은 성격의 돈이 몰리고 있는 겁니다.

자금 흐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9월 들어 금 ETF에 닷새 만에 20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몰렸고, 중앙은행들도 올해 2분기에만 금 289톤을 사들였습니다(1년 전보다 60% 이상 증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도 8월 한 달 35억 달러가 순유입되며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근 석 달, 동반 상승

Q.실제로 얼마나 같이 올랐나요?

저점 대비 상승률 (2026년 6월 말~9월)
자산 저점 현재 상승률
금 3,972달러 (6/24) 4,351달러 (9/21) +10%
비트코인 약 58,000달러 (6월 말~7월 초) 76,000~78,000달러 +31%

다만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금은 올해 1월 온스당 5,600달러 안팎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은 적이 있고, 지금 가격은 그 최고가보다 여전히 20%가 넘게 낮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작년 10월 기록했던 128,198달러의 최고가와 비교하면 아직 40% 가까이 낮은 수준입니다. 두 자산 모두 저점에서 크게 반등했지만, 최고가를 되찾은 건 아닙니다.


참고만 하실 것

Q.과거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요?

이런 상관계수 상승을 두고 몇몇 매체는 과거 사례를 인용합니다. 2020년 상관계수가 오른 뒤 비트코인이 172% 올랐고, 2022년에도 비슷한 흐름 뒤에 350% 랠리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처음 계산한 기관이나 애널리스트가 어디에도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표본도 딱 두 번뿐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번에도 그렇게 오를 거라는 근거로 삼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참고 정도로만 받아들이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Q.실제로 비중을 조정하셨나요?

저는 금과 비트코인을 5년 넘게 함께 들고 있습니다. 이번 동반 상승 덕에 계좌도 좋은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상승 때문에 뭔가를 더 사거나 비중을 바꿀 계획은 없습니다. 상관계수가 높아졌다고 해서 다음에 어떻게 될지 제가 미리 알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르는 걸 보고 비중을 늘리기 시작하면, 반대로 내릴 때도 감정적으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엔 지금처럼 같이 오를 때 좀 더 담아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관계수는 두 자산이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만 말해줄 뿐, 왜 움직이는지, 언제까지 움직일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흐름을 좇기보다 원래 세운 비중을 지키는 쪽을 택했습니다.


정리

Q.이 글을 지금 보는 분이 오늘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오늘 저녁 5분

  1. 내가 보유한 자산들의 최근 흐름을 나란히 놓고 봅니다. 서로 반대로 움직여야 할 자산들이 같이 움직이고 있진 않은지 확인합니다.
  2.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국채 바이백”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봅니다. 통화정책 뉴스가 왜 내 자산에 영향을 주는지 감이 잡힙니다.
  3. 자산이 다 같이 오를 때 나는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둡니다. 오른 뒤에 결정하면 감정이 끼어들기 쉽습니다.

금과 비트코인이 앞으로도 계속 같이 움직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왜 지금 같이 움직이는지 그 이유를 알고 나면, 계좌를 흔드는 뉴스에 덜 휘둘리게 됩니다. 저는 비중을 지킵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금과 비트코인의 최근 석 달 상승 곡선이 한 그래프 위에 나란히 그려지는 장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었다는 걸 화면에서 직접 확인하는 장면, 그리고 과거 사례가 왜 근거가 되기 어려운지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장면까지, 화면으로 보시면 이 글보다 훨씬 선명합니다. 7분 53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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