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4호] “둘 다 미국 지수 아니야?” — 나스닥100은 고점 되찾는 데 15년 7개월, S&P500은 7년 2개월이었습니다

어쩌다 은퇴자 레터
4호 · 2026.09.12

“둘 다 미국 지수 아니야? 뭐가 달라.”

나스닥100과 S&P500은 다른 물건입니다. 다른 건 수익률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기간입니다.

2021년 말, 퇴직금을 받은 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나스닥100 ETF를 샀습니다. 미국 지수니까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뒤, 계좌가 3분의 1 넘게 빠져 있었습니다. 선배는 팔았습니다. 퇴직금이었으니까요.

같은 해 S&P500은 고점 대비 -25.4%였습니다. 나스닥100은 -35.6%. 1.4배 더 빠진 겁니다. 선배가 물었습니다. “둘 다 미국 지수 아니야. 뭐가 달라.”

이번 글은 그 질문이 틀린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지수 투자 금액의 6할을 나스닥100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되는 사람은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 세 가지까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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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지수, 물건이 다르다

Q.둘 다 미국 지수인데 뭐가 다른가요?

S&P500은 미국 대표 기업 500개를 담습니다. 나스닥100은 100개입니다. 그런데 종목 수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나스닥100은 규칙상 금융회사를 아예 넣지 않습니다. 금융 0%입니다. 은행도 보험사도 없습니다. 그 자리를 기술주가 채웁니다.

두 지수의 구성 (2026년 6월·9월 기준)
항목 나스닥100 S&P500
종목 수 100개 500개
금융 비중 0% 포함
기술(IT) 비중 68.5% 38%
상위 10종목 비중 45% 42%

분류 체계가 달라 정확한 뺄셈은 안 되지만, 한쪽은 3분의 2가 기술주입니다. 반면 몇 종목에 몰려 있느냐는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차이는 몇 종목에 몰렸느냐가 아니라, 어느 산업에 몰렸느냐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나스닥100 100개 기업 중 86개는 S&P500에도 들어 있습니다. S&P500 안에서 기술주만 골라 더 무겁게 담은 셈입니다. 미국 지수라기보다, 미국 기술주 집중 펀드라고 부르는 게 실체에 맞습니다. 그래서 오를 때는 더 오르고, 기술주가 무너질 때는 더 깊게 무너집니다.


차이는 낙폭이 아니라 회복 기간입니다

Q.더 깊게라는 게 어느 정도인가요?

2000년 3월, 닷컴 버블이 터졌습니다.

닷컴 붕괴 · 2000년 3월 고점 기준 (가격 기준)
항목 나스닥100 S&P500
고점 → 저점 낙폭 -82.9% -49.1%
고점을 다시 밟기까지 15년 7개월 7년 2개월
저점에서 원금까지 필요한 상승률 +485%

나스닥100이 1.7배 깊게 빠졌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2000년 3월에 나스닥100을 산 사람은 2015년 11월에야 원금을 봤습니다. 배당을 넣어도 15년 안팎입니다. -82.9%에서 원금으로 돌아오려면 6배 가까이 올라야 겨우 본전이고, 그게 15년 걸린 겁니다.

Q.그럼 나스닥이 항상 더 위험한 건가요?

여기서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반대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 2020년 코로나
구간 나스닥100 S&P500
2008년 낙폭 -53.7% -56.8%
2008년 고점 회복까지 3년 2개월 5년 5개월
2020년 코로나 낙폭 -28% -33.9%

금융주가 0%였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무너질 때 나스닥100에는 은행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기술 버블이 터질 때, 나스닥은 2배 깊게, 2배 오래 아픕니다.

Q.그 아픔이 수익률까지 바꾸나요?

언제 샀느냐에 따라 승패를 통째로 뒤집습니다.

시작 시점별 성과 (가격 기준)
구간 나스닥100 S&P500
2000년 3월 고점 → 2020년 3월 (20년) 1.61배 1.66배
2000년 → 2009년 (10년) -49.8% -24.1%
2010년 → 2024년 말 (15년) 11.3배 5.3배

2000년 고점에 산 사람은 20년을 들고 있었는데도 나스닥100이 S&P500을 못 이겼습니다. 반대로 2010년에 시작한 사람은 15년 동안 11배가 됐습니다. 같은 지수인데 한쪽은 잃어버린 10년이고, 다른 쪽은 11배입니다.

그러니까 질문이 틀렸습니다. 어느 지수가 더 버느냐가 아닙니다. 내가 언제 샀고, 최악의 구간을 버틸 수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저는 6 대 4입니다

Q.본인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나스닥100이 6, S&P500이 4입니다. 처음엔 S&P500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코로나 직후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고, 기술주 성장을 보면서 나스닥 비중을 키웠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바로 말씀드립니다. 올라서 늘린 게 아닙니다. 낙폭이 더 크다는 걸 알고 늘렸습니다. 그리고 4는 일부러 남겼습니다.

낙폭은 저도 겪었습니다. 나스닥 지수 계좌는 20%대 초반까지 빠져봤고, 3배 레버리지 TQQQ는 -79%까지 겪었습니다. 둘 다 겪어보니 알게 된 게 있습니다. 견딜 수 있는 낙폭의 크기는 사람마다 정해져 있고, 겪기 전에는 그 크기를 모릅니다.

Q.나스닥 비중을 올려도 되는 사람의 조건은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 돈을 언제 쓰는가. 5년 안에 쓸 돈이면 나스닥100에 100%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회복에 15년 7개월이 걸린 지수이기 때문입니다. 3년 뒤 학자금, 5년 뒤 집 살 돈이라면 그 몫은 S&P500이나 현금 쪽에 두는 게 맞습니다.

둘째, 생활비가 따로 있는가. 하락장에 지수를 팔아 생활비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면 나스닥은 안 됩니다. -80%에서 파는 사람이 됩니다. 저는 2년치 생활비를 지수와 별도로 둡니다. 그래서 하락장에 지수를 팔 일이 없습니다.

셋째, -30%를 실제로 겪어봤는가. 책으로 아는 것과 내 계좌에서 보는 건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선배는 세 번째 조건이 없었습니다. 처음 겪은 -35%에서 팔았습니다.

저는 셋 다 충족합니다. 그래서 6입니다.

Q.왜 10이 아니라 6인가요?

2000년대 같은 나스닥의 잃어버린 10년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때 -24%로 버틴 S&P500이 있었고, -50% 가까이 무너진 나스닥100이 있었습니다. 그 10년이 다시 오면 4가 버팀목입니다. 6 대 4는 공격이 아닙니다. 보험이 포함된 배분입니다.


여러분 차례입니다

Q.지금 시작해도 되나요?

그 전에 사실 하나만 먼저 놓겠습니다. 이미 많이 올랐습니다. 2026년 6월 기준 나스닥100의 최근 10년 수익률은 +585%입니다. 상위 10종목 집중도는 45%. S&P500도 상위 10종목이 40%를 넘습니다. 닷컴 정점 때가 27%였습니다.

비싸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익도 같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몰려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이 상태에서 나스닥 비중을 올린다면, 조건이 더 중요해집니다.

오늘 저녁 5분

  1. 조건 세 개를 세어봅니다. 5년 안에 쓸 돈인가 · 생활비가 따로 있는가 · -30%를 겪어봤는가.
  2. 조건이 하나도 없으면 S&P500을 코어로 두시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지수입니다.
  3. 1개나 2개면 나스닥100을 3할에서 5할 사이. 3개 다 충족하면 저처럼 6까지 가셔도 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몇 개를 충족하는지만 세어보시면 됩니다. 상품은 고민할 게 별로 없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TIGER와 KODEX의 나스닥100, S&P500 ETF 총보수는 0.006%에서 0.007%대입니다. 상품 고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비중 정하는 게 문제라는 뜻입니다.

지난 편에서 종목이 아니라 지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뒷부분이 이겁니다. 어느 지수인지는 종목이 아니라, 당신의 시간이 정합니다. 지금 당장 갈아타라는 게 아닙니다. 조건을 세어보고, 비중을 정하시라는 겁니다. 저는 6 대 4를 지킵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축 위에 나스닥100과 S&P500 두 줄기 선이 함께 그려집니다. 글로는 표 네 장이지만, 영상에서는 -82.9%의 골짜기가 얼마나 깊고, 15년 7개월의 브래킷이 얼마나 긴지, 그리고 2008년에는 그 골이 어떻게 반대로 뒤집히는지를 한 화면에서 보시게 됩니다. 9분 33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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