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18호] “주식보다 더 빠지고, 회복도 못 했다” — 미국 장기채 TLT를 만기별로 나눠 보니

어쩌다 은퇴자 레터
18호 · 2026.11.04

주식보다 더 빠지고, 회복도 못 했다

미국 20년 이상 장기 국채 ETF인 TLT를 S&P500, 그리고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와 나란히 놓고 분배금까지 넣어 계산했습니다. 같은 국채인데 왜 결과가 갈렸는지, 금리가 내려도 왜 오르지 못했는지에 대해.

저는 TLT를 한 번도 산 적이 없습니다. 금리 볼 때만 가격을 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5일, TLT는 77.11달러로 상장 이후 가장 낮은 마감가를 찍었습니다.

2022년, S&P500을 따라가는 SPY가 18.2% 빠질 때 TLT는 31.2% 빠졌습니다. 주식보다 13%포인트를 더 잃었습니다. 그 뒤 3년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TLT는 분배금을 받고도 1.5% 손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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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T는 무엇이고, 왜 크게 흔들리나

Q.TLT는 어떤 ETF인가요?

TLT는 블랙록이 2002년에 상장한 ETF로,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를 담습니다. 총보수는 연 0.15%입니다.

이 글의 수익률은 모두 분배금을 다시 샀다고 치고, 세금 떼기 전 달러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77.11달러는 분배금을 뺀 가격입니다.

Q.국채인데 왜 이렇게 많이 빠졌나요?

핵심은 만기가 길다는 점입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흔들립니다. 그 흔들림의 크기를 보여주는 숫자가 듀레이션이고, TLT의 듀레이션은 약 14.8년입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대략 15% 안팎 빠지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물론 근사치입니다.

2022년이 바로 그 구조가 드러난 해였습니다. 미국 연준은 그해에만 기준금리를 7번 올렸습니다. 0에서 0.25%였던 금리가 연말에는 4.25에서 4.5%가 됐고, 미국 재무부 자료로 30년물 국채 금리는 1.90%에서 3.97%로 올랐습니다.


같은 국채인데, 갈린 건 만기였습니다

Q.미국 국채가 모두 이렇게 빠졌나요?

아닙니다. 만기 1년에서 3년짜리 짧은 국채 ETF인 SHY는 2022년에 3.9% 빠지는 데 그쳤습니다. 중간인 7년에서 10년 만기 IEF는 15.2% 빠졌습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낙폭이 계단처럼 커졌습니다.

짧은 국채(SHY)와 장기 국채(TLT) (분배금 재투자)
기간 SHY (1~3년) TLT (20년 이상)
2022년 -3.9% -31.2%
2023~2025년 13.6% -1.5%
2022~2025년 4년 합계 9.2% -32.3%

2022년 초에 TLT에 100만 원을 넣었다면 그해 말 68만 8천 원, 2025년 말에는 약 67만 7천 원입니다. 짧은 국채는 첫해 손실을 메우고 앞으로 나아갔고, TLT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채권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만기가 길수록 위아래로 크게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방어 역할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JP모건은 물가 상승률이 약 3%를 넘으면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고 봤고, 2022년엔 실제로 함께 빠졌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도 2022년 이후 TLT의 분산 역할이 약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오르지 않나요

Q.그래도 금리 내리면 채권은 오르잖아요. 지금이 싸게 살 때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2023년 초부터 8월 초까지 미국 장기 국채를 3배로 따라가는 TMF를 8억 6천만 달러어치 순매수했고, 당시 언론은 기준금리가 조만간 하락한다는 기대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금리 인하는 2024년에야 시작됐고, 연준은 2025년까지 모두 1.75%포인트 내렸습니다. 그런데 30년물 금리는 첫 인하 직전 3.96%에서 2025년 말 4.84%로 오히려 올랐습니다. TLT 가격을 움직이는 건 기준금리가 아니라 장기금리이고, 둘은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26년에는 방향마저 바뀌었습니다. 9월 16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오히려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10월 5일, 미국 재무부 기준으로 30년물 금리는 5.66%, 10년물은 5.31%였고, 언론은 2002년 이후 약 24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TLT가 가장 낮은 마감가를 찍은 바로 그날입니다.

9월과 10월 금리가 뛴 이유로는 높은 물가, 다시 오른 유가, 연준의 추가 인상 기대, 그리고 정부 부채와 국채 공급 부담이 꼽혔습니다. 다만 각각의 비중을 나눈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TLT가 지켜준 해도 있었습니다

Q.그럼 TLT는 나쁜 상품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식이 무너질 때 크게 지켜준 해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주식이 급락한 해 (분배금 재투자)
구간 SPY SHY TLT
2008년 금융위기 -36.8% 6.6% 34.0%
2020년 코로나 급락 -33.7% 2.1% 14.2%

오를 때도 만기가 길수록 크게 올랐습니다. 정리하면 TLT는 주식이 빠질 때 항상 막아주는 상품이 아닙니다. 막아준 해도, 같이 빠진 해도 있었습니다.


정리

Q.TLT를 고민한다면 무엇부터 봐야 하나요?

오늘 저녁 5분 — TLT를 고민하신다면

  1. 원하는 게 안전인지, 금리 방향에 거는 베팅인지 먼저 정하세요. 이게 곧 만기를 고르는 일입니다. 덜 흔들리는 쪽을 원하신다면, 이번 4년 숫자로는 짧은 국채가 더 가까웠습니다. 금리 하락에 걸고 싶다면 긴 쪽이 크게 움직이지만, 기준금리가 내려도 장기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2. 금리가 더 오를 때 버틸 수 있는지 따져보세요. 듀레이션이 약 14.8년이면, 장기금리가 1%포인트만 더 올라도 가격이 15% 안팎 빠질 수 있습니다.
  3. 환율도 같이 보세요. TLT를 직접 사든 국내 환노출형을 사든, 금리와 환율 두 가지에 흔들립니다. 전자신문 보도로는 9월 말까지 3개월 동안 국내 상장 환노출형 미국 30년 국채 ETF가 20% 넘게 빠졌고, 같은 운용사의 환헤지형은 9.03% 빠졌습니다. 원화가 강해진 만큼 손실이 커진 겁니다.

저는 재테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0년 이후, 채권이 생각보다 크게 흔들리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채권을 안전자산이 아니라 위험자산으로 봤고, 채권도 이만큼 흔들린다면 그럴 바엔 지수 ETF가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채권 대신 나스닥100과 S&P500 지수 ETF를 오래 들고 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이 정답은 아닙니다. 2008년이나 2020년 같은 급락이 다시 오면, 채권을 섞은 계좌가 덜 아플 수 있습니다. TLT는 나쁜 상품이 아니라, 만기가 길어서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상품입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같은 각도로 기울어도 긴 판자 끝이 훨씬 크게 내려가는 시소로 듀레이션을 보여주는 장면, 짧은 국채·중간 국채·장기 국채의 2022년 막대가 계단처럼 내려가는 장면, 금리 온도계가 오를수록 TLT 가격표가 내려가는 장면, 2008년과 2022년을 나란히 놓고 “막아준 해”와 “같이 빠진 해”를 비교하는 장면이 화면으로 이어집니다. “금리 내리면 채권은 오르잖아”라는 반박에 답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8분 18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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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수익률은 일별 종가와 분배금으로 계산한 세전·달러 기준(분배금 재투자)이며, 2026년 10월 30일 종가 기준입니다. 금리는 미국 재무부 자료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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