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 · 2026.09.29
아닙니다
은퇴하면 건강보험료가 내려갈 거라는 착각에 대해.
4월 말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원래는 당분간 쉬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를 알아보고 나서, 그 계획을 며칠 만에 바꿨습니다. 5월 초, 저는 다른 회사에 적을 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은퇴하면 소득이 없으니 보험료도 당연히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알아보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그 구조와, 제가 재취업을 택한 진짜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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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닐 때
Q.건강보험료는 누가 얼마씩 내나요?
회사 다닐 때 건강보험료는 회사와 근로자 본인이 정확히 반씩 냅니다. “국가가 절반”이라는 이야기는 틀린 통념입니다. 2026년 보험료율은 7.19%, 제 월급에서는 그 절반인 3.595%만 떼입니다. 여기에 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별도로 붙는데, 2026년 기준 0.9448%입니다.
월급 말고 이자·배당·임대·연금 같은 다른 수입을 다 합쳐서 1년에 2,000만 원을 넘기면, 넘는 만큼에 대해서 보험료가 추가로 붙습니다. 이건 지역가입자로 바뀌는 게 아니라, 직장가입자 신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초과분만 별도로 더 내는 구조입니다. 초과분에 곧바로 보험료율을 곱하는 게 아니라 완충 장치를 거쳐서 계산되기 때문에, 기준을 살짝 넘겼다고 갑자기 큰 금액이 붙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이 2,000만 원 기준을 1,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올해 7월 검토됐다가 논의가 미뤄졌습니다. 영향을 받는 직장가입자가 178만 명, 전체의 8.9% 정도로 추산됩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 기준이 더 낮아질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퇴직하고 나면
Q.진짜 문제는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퇴직하면 대부분 지역가입자가 됩니다. 지역가입자는 월급이 아니라 소득과 재산을 함께 봅니다. 회사가 대신 내주던 절반도 사라지고, 계산된 보험료를 전부 혼자 내야 합니다. 소득만으로는 형편을 다 파악하기 어려우니 재산까지 같이 보는 셈인데, 퇴직해서 소득은 줄어도 집이나 다른 재산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지점에서 부담이 커집니다.
| 시점 | 재산 공제 | 자동차 |
|---|---|---|
| 2022년 개편 | 5,000만 원 | 일부 면제 |
| 2024년 개편 | 1억 원 | 전면 폐지 |
2024년 개편 때는 재산보험료를 내던 세대 대부분의 보험료가 월평균 2만 4,000원 정도 내려갔다고 합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구조입니다. 다만 재산 자료는 매년 11월에 새로 반영되고, 그 전까지는 전년도 자료가 기준이 된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자녀 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Q.피부양자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자녀가 직장가입자라면 그 아래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꽤 촘촘합니다. 소득을 다 합쳐서 1년에 2,000만 원 이하여야 하고, 재산도 따로 봅니다. 사업소득이 있으면 조금 더 까다로운데, 사업자 등록이 없는 상태에서 연 500만 원을 넘으면 그때부터 소득으로 잡힙니다.
| 재산세 과세표준 | 추가 조건 |
|---|---|
| 5억 4,000만 원 이하 | 소득 기준(2,000만 원 이하)만 지키면 됨 |
| 5억 4,000만 원 ~ 9억 원 | 소득 1,000만 원 이하 |
| 9억 원 초과 | 소득과 무관하게 무조건 탈락 |
집 한 채라도 값이 오른 동네에 있다면, 피부양자 등록도 생각보다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저는 왜 재취업을 택했나
Q.퇴직 후 선택지는 뭐가 있나요?
퇴직 후 고를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다시 취업해서 직장가입자로 돌아가는 것, 지역가입자가 되는 것, 그리고 퇴직 전 내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임의계속가입은 퇴직 전 직장가입자 때 내던 보험료 수준을 최대 3년까지 유지해주는 제도이고, 퇴직 전 일정 기간 직장가입자 자격을 통산 1년 이상 유지했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제도를 몰라서 재취업을 택한 게 아닙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임의계속가입은 퇴직 전 급여를 기준으로 3년 동안 그대로 고정됩니다. 제 경우엔 퇴직 전 급여가 낮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 높은 기준이 3년이나 그대로 이어진다는 게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취업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새 직장에 들어가면 그 직장에서 받는 보수 기준으로 보험료가 다시 산정됩니다. 재산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은퇴자라면, 지역가입자보다 재취업 쪽이 보험료 면에서 유리한 구조인 건 맞습니다. 다만 이게 모든 사람에게 항상 유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산이 거의 없고 소득도 적다면, 지역가입자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정리
Q.이 글을 지금 보는 분이 오늘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오늘 저녁 5분
- 내 소득 구조에서 월급 외 수입(이자·배당·임대·연금)을 합산해봅니다. 연 2,000만 원에 가까운지 확인합니다.
-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재취업·지역가입자·임의계속가입, 세 갈래 중 내 상황에 맞는 쪽을 미리 따져봅니다. 퇴직 전 급여 수준이 임의계속가입의 유불리를 가릅니다.
- 자녀 직장 피부양자를 고려 중이라면 재산세 과세표준부터 확인합니다. 9억 원이 넘으면 소득과 무관하게 탈락입니다.
은퇴한다고 건강보험료가 저절로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소득과 재산 구조를 미리 알아두니, 세 갈래 길 중 저에게 맞는 선택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일합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회사와 근로자가 반씩 내는 구조가 도넛 그래프로 한눈에 들어오는 장면, 재산 공제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넓어진 과정이 막대로 나란히 서는 장면, 그리고 재취업·지역가입자·임의계속가입 세 갈래 길이 한 화면에 펼쳐지는 장면까지, 화면으로 보시면 이 글보다 훨씬 선명합니다. 7분 21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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