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 2026.09.08
“어떤 종목이 제일 크게 기여했나요?”
제 대답은 “없습니다”였습니다. 개별 종목은 한 주도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후배가 물었습니다. “선배님, 50대 초반에 은퇴하셨는데 어떤 종목이 제일 크게 기여했나요?” 질문 안에 답이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종목 하나가 있었을 거라고요. 남들이 모르는 종목, 몇 배가 났다는 그런 종목이요.
그런데 제 자산은 개별 종목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저는 지수만 샀습니다. 그걸로 먼저 나왔습니다.
후배 표정이 조금 허탈해 보였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지수는 재미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재미없는 걸 아주 오래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게 전부입니다. 지수에 집중해서 길게 갈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도중에 재미없어질 때 무엇을 하면 되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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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을 고르는 게 본업인 사람들의 성적표
Q.왜 개별 종목이 아니라 지수였나요?
투자를 시작하면 대부분 종목부터 고릅니다. 뭘 사야 하나. 며칠씩 고민합니다. 그러다 결국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회사 동료가 좋다고 한 종목, 유튜브에서 본 종목, 단톡방에 올라온 종목을 삽니다. 고민은 내가 했는데 결정은 남이 한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종목을 제대로 고르는 일은 본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걸 본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성적표를 보시면 됩니다.
| 대상 | 기간 | 결과 |
|---|---|---|
|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 | 20년 (2023년 말 기준) |
93%가 S&P500에 짐 |
| 국내 신규 개인투자자 | 2020년 | 62%가 손실 |
위쪽은 팀이 있고, 자료가 있고, 하루 종일 그것만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 10명 중 9명이 20년 동안 지수를 못 이겼습니다.
아래쪽은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년 개인투자자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거래비용까지 반영하면 개인투자자 전체가 시장수익률을 밑돌았고, 그해 새로 시작한 투자자는 62%가 손실을 봤습니다. 이유도 같이 나옵니다. 회전율이 높고, 단기 매매 비중이 크고, 종목을 자주 바꿉니다.
Q.그래도 잘하는 사람은 있잖아요. 지수는 너무 느리고요.
맞습니다. 있습니다. 나머지 7%입니다.
문제는 그 7%를 미리 찾을 수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그걸 찾는 데 내 20년을 걸 것이냐입니다. 저는 그 20년을 지수에 걸었습니다.
Q.지수를 고른 게 대단한 판단이었던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없었습니다. 회계법인은 직급이 올라가면 개별 종목 투자가 아예 금지됩니다. 살 수 있는 종목이 적었던 게 아니라, 한 주도 못 샀습니다.
그때는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종목 이야기를 하는데 저만 낄 데가 없었으니까요. 지금 돌아보면 그 제약이 저를 지켜줬습니다. 고를 게 없으니 살 것도 하나였고, 무엇보다 팔 이유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진짜 핵심입니다. 지수가 돈을 벌어준 게 아닙니다. 팔지 않은 시간이 벌어준 겁니다. 종목을 들고 있으면 팔 이유가 계속 생깁니다. 실적이 나쁘고, 대표가 바뀌고, 경쟁사가 치고 올라옵니다. 지수는 그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래 들고 있을 수 있고, 오래 들고 있으면 복리가 대신 일을 합니다.
무엇을, 어느 계좌에 담느냐
Q.구체적으로 뭘 사셨나요?
미국의 S&P500과 나스닥100, 그리고 국내 코스피입니다. 비중은 성향에 따라 조절하시면 됩니다. 변동을 덜 겪고 싶으면 S&P500을 두껍게, 성장을 더 원하면 나스닥 비중을 올리는 식입니다.
코스피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2025년 코스피는 70% 넘게 올랐습니다. 2000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2026년에도 연초부터 크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코스피를 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이미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만 예전처럼 국내는 아예 빼도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비중을 얼마로 할지의 문제이지,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Q.여기서 대부분이 놓치는 게 있다고요?
같은 지수를 사도 어느 계좌에 담느냐에 따라 손에 남는 돈이 달라집니다. ISA, 연금저축, 퇴직연금 같은 절세계좌 이야기입니다.
세금을 나중에 내거나, 덜 내거나, 연말정산에서 돌려받거나. 이 셋 중 하나는 됩니다. 같은 상품에 같은 수익률인데 결과가 갈립니다. 절세계좌부터 지수로 채우시는 게 맞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실제로 한 전부입니다. 지수를 절세계좌에 담아서, 오래 들고 있었습니다.
지수가 재미없어질 때
Q.그런데 이걸 그대로 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많은 분이 중간에 그만두십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재미가 없어서요.
몇 년째 같은 걸 사고, 계좌는 천천히 움직이고, 주위에서는 무슨 종목이 몇 배 났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때 대부분이 개별 종목으로 갈아탑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보신 숫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다르게 권해드립니다. 재미가 없어 못 견디시겠다면, 종목으로 가지 마시고 지수 2배 레버리지를 일정 비중만 쓰십시오. 같은 지수인데 움직임만 2배입니다. 회사를 하나하나 분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Q.왜 3배가 아니라 2배인가요?
숫자 하나만 보시면 됩니다.
| 항목 | 값 |
|---|---|
| 고점 대비 낙폭 | 약 82% |
|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 | 450% 넘게 |
| 실제 회복에 걸린 기간 | 486거래일 (약 2년) |
5배 넘게 올라야 겨우 본전입니다. 2년 동안 80% 넘게 빠진 계좌를 매일 보면서 버틸 수 있느냐. 그게 3배의 진짜 조건입니다.
“2배도 어차피 레버리지 아닙니까” 하실 수 있습니다. 위험의 크기가 문제가 아닙니다. 돌아올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2배는 같은 국면에서 낙폭이 더 작고, 그래서 회복에 필요한 배수도 훨씬 낮습니다. 버틸 수 있는 손실이어야 팔지 않을 수 있고, 팔지 않아야 앞에서 말씀드린 시간이 일을 합니다.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부가 아니라 일정 비중만입니다. 중심은 여전히 레버리지 없는 지수입니다. 둘째,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정해둔 금액을 정해둔 규칙대로 계속 넣는 적립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락장을 한 번도 안 겪어보셨다면, 그건 아직 이릅니다. 지수로 하락장을 한 번 통과해 보시고, 그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한 다음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별 종목을 하고 싶다면
Q.개별 종목은 아예 하지 말라는 건가요?
그건 하셔도 됩니다. 다만 구조를 지키셔야 합니다.
중심은 지수입니다. 이걸 코어, 그러니까 자산의 중심축이라고 부릅니다. 개별 종목은 그 바깥에 붙이는 위성입니다. 일정 부분만 떼어서 씁니다. 중심과 곁가지가 뒤바뀌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위성이 코어 자리를 차지하면서 납니다.
그리고 위성에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공부가 반드시 같이 가야 합니다. 아무 종목이나가 아닙니다. 앞으로 세상을 이끌 분야이거나, 병목이 될 분야여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그랬던 것처럼요. 지금이라면 양자컴퓨터, 휴머노이드, 우주 같은 영역입니다. 그 안에서 실제로 주도할 회사를 깊게 공부한 다음에 사는 겁니다. 공부한 만큼만 쓰는 겁니다.
Q.그럼 지금 어떤 종목을 보고 계신가요?
여기서 솔직하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이 위성 자리를 채우지 않았습니다.
지금 공부하는 중이고, 공부가 끝나면 그때 들어갈 계획입니다. 지수만 하고도 먼저 나왔으니, 급할 이유가 없더군요.
그래서 이 글에는 종목 이름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아직 안 한 것을 했다고 쓸 수는 없으니까요.
Q.이 글을 지금 보는 분이 오늘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계좌 화면 하나면 됩니다.
오늘 저녁 5분
- 내 계좌에서 지수와 개별 종목의 비중을 확인합니다. 어느 쪽이 중심인지부터 봅니다.
- 개별 종목이 더 크다면, 그중 내가 직접 공부하고 산 것이 몇 개인지 세어봅니다.
- 남의 추천으로 산 것이 있다면, 그 자리를 지수로 옮길지 정해둡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중심은 지수입니다. 절세계좌에 담아서, 파는 이유를 만들지 말고 오래 들고 가십시오. 재미가 없어 못 견디시겠다면 종목이 아니라 2배 레버리지를 일정 비중만 더하십시오. 개별 종목을 꼭 하고 싶으시면, 지수를 코어로 두고 공부한 만큼만 위성으로 쓰십시오.
다만 이대로 한다고 해서 은퇴가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소득이 다르고, 지출이 다르고, 기간이 다르니까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겁니다. 저는 종목을 하나도 안 골랐는데 먼저 나왔습니다. 대단한 걸 찾아서가 아니라, 재미없는 걸 오래 했기 때문입니다.
오해하실까 봐 덧붙이면,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심을 먼저 정해두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누가 종목을 추천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영상에는 이 글에 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흩어져 있던 개별 종목들이 한 줄기 선으로 모이고, 그 선이 그대로 코어가 되는 과정을 눈으로 따라가시게 됩니다. 글로는 표 두 장이지만, 영상에서는 82%가 빠진 곡선과 450%를 되올라가야 하는 거리가 같은 화면에 놓입니다. 9분 22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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