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이름으로 계좌만 만들어두면 되는 거 아니야?”
증여세 0원으로 1억 4천을 넘기는 순서, 그리고 제가 10년 늦어서 놓친 2억
10년쯤 전에 아이 둘 앞으로 증권계좌를 만들고 각각 2천만 원씩 넣었습니다. 미국 지수 ETF로 들어갔고 지금까지 한 주도 팔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계산기를 두드려보다가, 제가 놓친 게 뭔지 알게 됐습니다.
돈을 덜 넣어서가 아닙니다. 넣은 금액은 똑같은 2천만 원입니다. 10년 먼저 넣었느냐 아니냐, 그것 하나로 2억 원이 갈립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를 낳은 후배들을 만나면 이 얘기부터 합니다. 얼마를 넣을 수 있는지, 언제 넣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잘못하면 세금을 다시 물게 되는 함정까지. 이번 글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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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2천만 원인데, 10년이 2억을 갈랐습니다
Q.10년 전에 아이 계좌를 만드셨다고요. 뭘 놓치신 건가요?
그때 큰애가 10살, 작은애가 8살이었습니다. 각각 2천만 원씩 넣고 증여세 신고까지 마쳤습니다. 그 돈은 미국 지수 ETF로 들어갔고 지금까지 한 주도 판 적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이런 계산을 해봤습니다. 같은 2천만 원을 아이가 10살일 때가 아니라 태어난 그 해에 넣었다면 어땠을까.
| 넣은 시점 | 굴린 기간 | 서른에 |
|---|---|---|
| 태어난 해 | 30년 | 3억 5천만 원 |
| 10살 — 제가 한 것 | 20년 | 1억 3천만 원 |
| 차이 | 10년 | 2억 원 이상 |
복리는 시간을 먹고 자랍니다. 그래서 앞쪽 10년이 뒤쪽 10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제가 이 채널에서 20년 굴린 이야기를 계속 해왔는데,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게 이 대목입니다. 제 계좌 수익률이 아니라, 아이들 계좌를 10년 늦게 시작한 것.
Q.연 10%는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요?
제가 정한 가정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숫자는 전부 연 10% 수익률을 가정한 계산입니다. 미래 수익률을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보시는 데는 충분합니다.
물가도 짚어두겠습니다. 30년 뒤의 3억 5천만 원은 지금 돈으로 치면 2억 원쯤 됩니다. 그래도 2억 원입니다.
한도는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붙습니다
Q.얼마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나요?
부모나 조부모가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일정 금액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습니다. 미성년 자녀는 2천만 원, 성인이 된 자녀는 5천만 원입니다. 그리고 이 한도는 10년 단위로 다시 생깁니다.
Q.아빠가 2천만 원 주고 엄마가 또 2천만 원 주면 4천만 원 아닌가요?
아닙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들 착각하십니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가 준 걸 전부 합쳐서 10년에 2천만 원입니다. 한도는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붙습니다.
이걸 모르고 양쪽에서 넣었다가 나중에 세금 고지서를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Q.그럼 성인이 되면 5천만 원을 새로 넣을 수 있는 건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가 걸렸습니다. 큰애가 성인이 됐을 때 성인 한도가 5천만 원이니 5천만 원을 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10년 안에 이미 2천만 원을 줬기 때문에 남은 건 3천만 원이었습니다. 나머지 2천만 원은 첫 증여로부터 10년이 지난 다음에야 세금 없이 넣을 수 있었습니다.
미리 알았으면 순서를 다르게 짰을 겁니다.
Q.그러면 최대 얼마까지 세금 없이 넘길 수 있나요?
10년 단위로 한도가 새로 생긴다는 점을 이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 아이가 태어났을 때 — 2천만 원
- 11살 — 2천만 원
- 성인이 된 21살 — 5천만 원
- 31살 — 5천만 원
합치면 1억 4천만 원, 증여세는 0원입니다. 그리고 이 돈을 연 10%로 굴렸다고 계산하면 아이가 서른 한 살이 됐을 때 대략 7억 원이 됩니다.
10년 주기는 서른 한 살에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마흔 한 살에도, 쉰 한 살에도 5천만 원씩 새로 생깁니다.
Q.결혼할 때 따로 있는 게 있다고요?
혼인 증여재산공제라고 합니다. 혼인신고일 전후로 각각 2년, 그러니까 4년 안에 부모나 조부모가 주는 돈은 1억 원까지 따로 공제됩니다. 출산도 같은데, 혼인과 출산을 합쳐서 1억 원이 한도입니다.
이걸 기본 공제 5천만 원과 같이 쓰면, 결혼 무렵에만 1억 5천만 원을 세금 없이 넘겨줄 수 있습니다.
Q.“나중에 여유 생기면 그때 주면 되잖아”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저도 예전에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년을 미뤘고요. 그런데 나중에 주면 두 가지를 잃습니다. 하나는 복리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10년마다 새로 생기는 한도입니다. 미루면 한도 자체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하는 건 세 가지뿐입니다
Q.순서를 알려주세요.
- 아이 이름으로 증권계좌를 만듭니다.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가 필요한데,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니 미리 확인하시면 됩니다.
- 그 계좌로 돈을 보냅니다.
- 홈택스에서 증여세 신고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세 번째에서 멈춥니다.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제가 직접 해보니 현금 증여 신고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습니다. 화면 안내를 따라가면 끝납니다.
Q.목돈 2천만 원이 부담되면 어떻게 하나요?
적립식으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매달 19만 원씩 10년간 넣겠다고 미리 약정하고 신고하는 방식입니다. 앞으로 넣을 돈을 연 3%로 할인해서 평가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2천 2백만 원 넘게 넣고도 2천만 원으로 계산됩니다. 일시금보다 오히려 더 넣을 수 있는 셈입니다.
더 좋은 건 신고입니다. 이 방식은 처음에 한 번만 신고하면 10년치가 끝납니다. 매달, 매년 신고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증권사에서 이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서비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월 19만 원으로 시작해도 아이가 서른이 됐을 때 2억 5천만 원 정도가 됩니다. 목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건, 이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계좌는, 아이 돈이 아닙니다
Q.그냥 애 이름으로 계좌 만들어서 넣어두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게 이 글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입니다. 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 이름으로만 넣어둔 계좌는, 세무당국이 보기에는 아이 돈이 아니라 부모 돈입니다. 이름만 빌린 계좌로 봅니다.
그러면 나중에 그 돈이 불어났을 때, 원금뿐 아니라 불어난 금액 전체가 증여로 잡힐 수 있습니다.
2천만 원을 신고하면 세금이 0원입니다. 신고를 안 하고 30년 뒤에 3억 5천만 원이 됐는데 그때 문제가 되면, 3억 5천만 원 전체를 놓고 따지게 됩니다. 신고 한 번이 그 차이를 만듭니다.
Q.넣은 다음에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나요?
사고파는 겁니다. 부모가 아이 계좌에 들어가서 계속 매매를 하면,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아이가 스스로 번 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 수익까지 다시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 계좌에서 한 번도 매도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엔 세금 때문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수익률에도 제일 좋았습니다. 제 계좌가 79% 빠졌을 때도 팔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이 채널에서 계속 해왔는데, 아이들 계좌에서는 그 원칙이 세금 때문에라도 강제됩니다. 사놓고 잊어버리는 것, 그게 정답입니다.
현금 말고, 갖고 있던 ETF를 그대로 넘길 수도 있습니다
Q.어디에 넣으셨나요?
저는 미국 지수 ETF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꼭 현금으로 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갖고 계신 ETF를 그대로 아이 계좌로 넘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두 가지가 좋습니다. 첫째, 파는 게 아니라 넘기는 거라서 그동안 쌓인 수익에 붙을 세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둘째, ETF는 개별 종목보다 증여 절차가 훨씬 간단합니다.
저도 큰애가 성인이 됐을 때는 현금이 아니라 갖고 있던 QQQ를 그대로 넘겼습니다.
Q.이 글을 지금 보는 분이 오늘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계좌 만들고, 돈 보내고, 신고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오늘 저녁에 증권사 앱 하나 깔아보시는 것으로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5분
- 지금까지 양가를 통틀어 아이에게 건넌 돈이 얼마인지 적어봅니다. 남은 한도는 2천만 원에서 그 금액을 뺀 만큼입니다.
- 증권사 앱을 하나 깔고 미성년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만 확인합니다.
- 이미 넣어둔 돈이 있다면 신고를 했는지 확인합니다. 안 했다면 그것부터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두겠습니다. 세법은 사람마다 상황이 달라서, 금액이 크거나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움직이시기 전에 세무 전문가에게 한 번 확인받으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아이가 결혼할 때, 집을 구할 때, 부모가 그때 가서 목돈을 마련하려고 하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태어났을 때 2천만 원을 넣어두면 그 걱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저는 그걸 10년 늦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억 원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아이가 아직 어리거나 이제 태어난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제가 놓친 10년을 그대로 갖고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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